LINKIN PARK 내한 공연
2003년 내한때도 그렇고 그다지 관심있게 듣는 밴드는 아니었다. 그냥 최근에 이런데 가본적이 너무 오래돼서 현장 티켓이라도 사서 뒤쪽에서 여유롭게 구경할까 말까 하고 고민중이었는데 어느 무료했던 오후에 티켓파크 좌석표를 우연찮게 열었더니 가구역 486번을 누가 취소해놨다! 이런 기회는 그저 그분의 계시려니 하고 받아들이는게 순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안전결제 팝업이 떠있는 뭐 그런 시츄에이션..
막상 공연장에 가서 쌀쌀한 날씨와 물품보관소에 잠바를 맡겨야 하는 상황을 맞게되니 예매 안하고 왔으면 기다리다 얼어죽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잠바입고 안에 들어가면 더워서 죽게된다. 인원이 좀 적으면 실내 대기실같은게 있을법도 하지만 좀 어려워보이고 아무튼 반팔만 입고 덜덜 떨며 기다리는 2700번대 형누나동생들을 보니 살짝 눈물이.
힙합은 영 흥미가 없어서 오프닝으로 나온 드렁큰 타이거랑 다이나믹 듀오는 그냥 그랬다. 아니 누가 나오든간에 오프닝 무대랑 본 공연이랑 30분넘게 공백이 생기면 오프닝에서 분위기 띄우는게 무슨 의미.. 맨슨처럼 오프닝 없이 깔끔하게 진행하면 얼마나 좋아. 게다가 무대 세팅을 다시 하는것도 아닌데 열라 오래걸려서 나중엔 쌍욕도 들리고 해서 초큼 쫄았음.
시작부터 One step closer로 강하게 때려주시니 개슬램에 밀려 두번째줄까지 진출 ㄳ 두번째곡쯤이 가장 죽을맛이지만 이 시기만 버텨내면 다들 힘이 살짝 빠져서 그다음부터는 여유롭게 놀 수 있다(하지만 옆에 양키들이 있으면 낭패). 린킨파크 노래는 아는게 많지 않아서 벼락치기로 후렴구들만 섭렵했는데 다른사람들은 뭐 노래를 다알고 랩도 다 따라부르고 놀라웠음. 중간에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곡 연주할때 라이터랑 핸드폰 꺼내라고 하던데 뒤돌아보니 꽤 멋있었다. 그래서 밖에 야광봉 장사가 그렇게 많았나..
2003년때는 15,000명이 왔었다고 하고 체조경기장 수용인원이 10,000명이라고 해서 되게 클줄 알았는데 체감 크기는 펜싱경기장이랑 별 차이 없는거 같더라. 다른 밴드에 비해 박린킨씨의 공연은 여자들이 많은거 같은데 그 치열하고 덥고 텁텁한 공기가 흐르는 공간에서 작은 몸으로 잘 버티는거 보면 되게 신기하다. 나는 조금만 키를 낮춰도 숨도 안쉬어지고 뒤로 나가고만 싶어지더라만;
근데 확실히 다른 락밴드들에 비하면 얘들은 좀 착하게 생겼다고 할까; 체스터가 웃통을 벗고 프리즌브레이크스러운 문신을 드러내도 꺄~귀여워♡ 같은 반응이 나오는게 일면 이해가 가는거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브래드 형님이 수염이 복실복실한게 그림을 그립시다의 밥아저씨 같아서 마음에 든다;
오늘이 브래드씨 생일이라네
공연 내용이야 뭐 말할 필요없이 그레이트 하고 역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의 오디오로 음반을 듣는 것 보다 세팅좀 맹꽁하게된 라이브 무대 한번이 백만배 감동적이라는걸 다시금 뼈에 새겨 다음번 공연도 망설임없이 지를 수 있게 인도해주소서(?) 시간이 빠듯해 밥을 못먹고 왔더니 중간에 체력이 소진돼 많이 쉬었는데 귀찮더라도 물빵을 꼭 챙겨 체력과 마나를 채워가며 공연에 임하는게 본전 뽑는 길인 것 같다. 마지막곡 Faint에 체력이 후달려 최선을 다하지 못한게 좀 아쉬운데..
겨울공연이라 집에 돌아오는길이 꽤 고달팠지만 상큼한 기분으로 집에와 꿉꿉하게 젖은 옷들을 세탁기에 담궈놓고 셋리스트를 복습하며 흐뭇해하고 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이런 감동이 오래오래 몸에 남아 에너지가 된다지요.
린킨파크 형님들과 스탭들 모두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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