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OOK TV + SKYHD CaptureX HDMI
집에 혼자 있을때는 거의 아프리카 방송 틀어놓는데 만날 심슨만 보니까 질리기도 하고 밤에 케이블 티비 홈쇼핑 채널도 좀 보고싶고 그래서 IPTV 라는걸 써보기로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인터넷이 KT꺼니까 QOOK TV로 하기로 하고 홈페이지 들어가서 뭘로 신청할까 살펴보다가 일단 제일 좋은거 한두 달 써보고 다른걸로 바꾸자! 하고 무려 월 3만원짜리 QOOK TV 스카이라이프 프리미엄 신청을 했다. 다음날 상담 전화 와서 프리미엄 채널 요금이 부담된다면 이코노미 가격으로 스탠다드 볼 수 있게 프로모션 중이니 이걸로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꿋꿋이 프리미엄 채널을 지켜냈다. 훗.
컴퓨터에 박혀있는 TV카드가 HDTV 수신카드니까 HD 방송을 볼 수 있겠지? 하고 별 생각없이 있었는데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TV 수신카드는 그냥 동축케이블 단자로 들어오는 HD 방송 신호를 디코딩 해줄 뿐이고 외부 입력은 S-VHS 라고 하는 해상도 480i 짜리 입력만 된다고 한다. 잠시나마 TV를 지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차리고 인터넷을 더 찾아보니 캡쳐보드라는게 있단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뭘 캡쳐하길래 기계가 필요하지 하고 지나쳤는데 이건 TV 수신 카드랑 비슷한데 수신은 안되고 외부 입력만 받아주는 하드웨어라고 한다.
캡쳐보드 종류도 그렇게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싸고 해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사서 쓸 수 있는건 SKYHD CaptureX HDMI 요거 하나. HDMI, 컴포넌트, 컴포지트, SVHS 입력을 지원한다고 한다. 영상 전송 규격에 대해서 한참 검색을 해본 결과 HDMI가 화질이 제일 좋고 QOOK TV 셋탑박스에서 HDMI 출력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근데 HDMI 전송은 화질이 너무 좋아서 불법복제가 쉬워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캡쳐보드에서는 동영상 캡쳐 지원이 안된다고 함. 이거 되게 하려면 제조사에서 라이선스를 사야 하는데 그러면 하드웨어 가격이 엄청 올라간다네?
그렇게 캡쳐보드도 사다 설치해놓고 평일이라 회사에 오후 휴가도 내놓고 집에와서 청소하고 샤워하고 다소곳이 앉아서 TV 설치 기사를 기다렸는데 바빠서 오늘 설치를 못해주겠다고 한다. 홧김에 낮술먹고 잤더니 애매한 시각에 깨버려서 밤에 잠도 못자고 억울해서 엉엉 울다 동틀 무렵 잠이 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토요일 아침에 설치 기사가 왔는데 옥상 문이 열려있나요? 하길래 뭔소린가 했더니 SkyLife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고! 인터넷에서 대충 검색해보고 SkyLife 채널도 그냥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줄 알았더니 접시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 상품이었다.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는걸 지식인 검색해본 내가 멍충이.. 암튼 죄송죄송하고 일반 상품으로 변경해서 오후에 설치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설치 했다.
공중파를 비롯해 영화 등 HD 채널이 꽤 있는데 화질은 기대했던 만큼 마음에 든다. HDMI 말고 컴포넌트 케이블로 연결 해도 1080i 해상도 지원이 되는데 HDMI 쪽이 약간 어둡고 샤프하고 해상력이 좋아 보이지만 크게 차이는 나지 않아서 동영상 녹화가 가능한 컴포넌트 케이블로 연결해 두었다. HDMI 단자 활용을 못하는게 안타까우니 나중에 게임기나 사다 꼽으면 좋을 듯. 캡쳐보드에 기본 포함된 프로그램에서 녹화하려면 따로 상용 코덱이 있어야 했는데 최근에 업데이트 되면서 Mainconcept 코덱이라는걸 기본으로 포함해줬다. tp 파일로 녹화가 되는데 비트레이트좀 높여주면 용량이 커서 그렇지 화질은 괜찮은 것 같다.
QOOK TV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음.
- 셋탑박스가 너무 크고 못생겼다. 세로로 세워둘 수 없다.
- 다운돼서 리모컨 입력도 본체의 슬립버튼도 안먹히는 경우가 이틀에 한 번 정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셋탑박스의 전원을 껐다 켜야 함.
- 사용자 입력에 대한 반응이 거의 1초쯤 걸린다. 채널 변경할때마다 노래방에서 예약하는 기분. 그래서 아래로 세칸 움직여 선택하고 서브메뉴로 가서 확인 같은 액션을 하려면 커서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과 정확한 클릭이 필요하다.
- 채널 내비게이션이 불편하다. 티비 틀어놓고 채널 하나씩 올려가며 지금 뭐하나 보기에는 채널이 많고 채널 전환 딜레이가 길어 짜증이 나기 때문에(버튼 누르고 약 1.5초) 채널 목록을 쭉 나열해주는 메뉴에 들어가서 보는데 한번에 표시되는 정보 양도 적고 페이지 이동도 불편하고 그래서 웬만하면 채널 바꾸기 싫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 리모컨이 사용이 불편하다. 아직 한 달도 안써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버튼이 너무 많고 가장 많이 쓰는 채널 버튼이 오른손 잡이가 누르기 되게 애매한 위치에 있다(오른쪽 이미지에서 방향키 버튼 오른쪽이 채널 버튼). 채널 두 개만 달랑 있는 리모컨도 같이 제공해줬으면 좋겠음. 웃긴건 이 와중에 채널 올리는 버튼에 찾기 쉬우라고 키보드 F, J 키 처럼 돌기를 만들어 놨음 ㅋ
- 최첨단 TV 답게 VOD, 온라인 게임, 인터넷 검색, 노래방 등등 기능은 되게 많은데 미치도록 느려서 쓰기 싫다.
드라마 다시 보기 같은건 일주일 지나면 무료로 볼 수 있어서 좋고 화질 기대한 대로 나와주고 안테나 안꼽아도 되는거 말고는 IPTV 최고! 할만한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아날로그 티비에 동네 케이블 티비 꼽아서 쓸때는 채널 누르면 0.2초만에 채널 딱 바뀌고 리모컨은 내 손에 딱 맞아서 쳐다볼일도 없고 그랬는데 채널수랑 화질만 좋아졌지 사용자 경험은 점점 안좋게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첫날 며칠간은 아직 IPTV는 쓸게 못되니 좀 더 문명이 발전할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뭐 보다보니 불편함도 당연하게 느껴지고 TV는 보고 싶은데 케이블 길게 뽑아다 연결하기도 귀찮고 그래서 그냥 쓸까 말까 다른 회사껄 써볼까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충동적으로 가입한 유료채널에서 뿜어져 나오는 HD 영상앞에 무릎을 꿇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