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 실패
회사에서 3일의 휴가가 지급됐다. 언제 쉬는게 가장 좋을까 고민을 해보니 최대한 일찍 쉬어버리는게 이런 고민 안하는 길이라는 조삼모사적 결론에 이르러 7일부터 9일까지 합법적으로 빈둥거리게 됐다. 그 동안은 아직 이렇다 할 휴가라는걸 지내본적이 없기도 하고 이 청춘에 집에서 시체놀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부담감에 나름대로 열심히 싸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8.5. Sat.
고유가의 압박으로 지하 주차장에 쳐박혀 있던 차에 기름을 채우고 처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행담도 휴게소 (이상하게 언젠가부터 가보고 싶어졌다;;) 인터넷에서 고속도로 소통 상황을 보니 전구간 녹색으로 소통 원활이다. 하지만 자신있게 출발한지 5분만에 시속 4km/s로 기어가고 있는 수인산업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도로공사 ㅅㅂㄻ'가 튀어나오며 의욕 상실, 동네 피자집에서 피자나 먹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_-
Tiny core | Rich components |
이 피자의 특징은 처음 먹을때는 치킨/스테이크 피자지만 다 먹어갈 무렵에는 양파 피자가 된다는 점이다. 집에 오면서 이돈으로 삼계탕을 두 그릇 먹는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근영 미워..)
8.6. Sun.
전날의 원행 실패로 사기가 꺾인 나머지 오후까지 잠만 쳐잤다. 무인도에 뭔가 딱 하나만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노트북을 선택할지 에어컨을 선택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 오후다. 바닥에 뒹굴거리며 티비를 보다 보니 서울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한강변으로 돗자리 들고 피서를 간다고 한다. 저 곳에 가면 송강호가 다리 구개달린 오징어라도 구워줄 것 같은 기대감에 (뻥이다) 여자친구를 모시고 둔치로 향했다. 가는데까지는 좋았으나 입구에서 주차장까지 빼곡히 주차된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느라 땀이 삐질삐질 나는 바람에 또 의욕이 꺾이기 시작했다-_- 아무튼 여자친구와 나란히 소세지를 물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졸라게 더워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래서 집에 왔다;
이제 포즈좀 잡는다
사진찍어준다고 카메라 뺏어가더니 이모냥;
8.7. Mon.
휴일이 끝나고 휴가가 시작되는 날이다. 전날까지 2연패 당한 수모를 갚고자 월미도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도 좋아서 드라이브 하기는 좋은데 막상 가보니 그다지 볼건 없다; 그 유명한 수직상승 바이킹 옆에서 디스코라는 놀이기구 DJ좀 구경하다가 겁나게 맛없는 쥐포 한봉지를 사서 집에 왔다.
;ㅁ;
8.8. Tue.
늦기전에 복학신청을 해야 해서 학교로 향했다. 늘 그렇듯 '사생결단 이전반대' 등의 현수막이 건물 한쪽에 걸려있는걸 보니 학교에 온 기분을 내준다. 여자친구가 학교에서 공지사항 올리는 알바에 뽑혔다고 자기 학교에 같이 갔다. 끝나고 닭갈비 먹으러 갔는데 돈이 똑떨어져서 사리도 못시켰다 -_-
8.9. Wed.
결국 이러저리 돌아다녀봤자 집보다 편한 곳은 없고 사무실보다 시원한 곳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마지막날은 집에서 빈둥거리기로 했다. 마지막 만찬으로 오후에 나가서 밥만 먹고 왔는데 왠일인지 몹시 맛이 없어서 하루종일 속이 니글거렸다. 집에 와서 땀 뻘뻘 흘리며 설거지도 하고 화장실을 솔로 박박 밀어 반짝반짝 하게 닦아놓고 샤워를 하고 나니 얼른 주부 캐릭 만렙 찍어서 장가나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론은 여름휴가 대 실패(?)
기타
상추 키우던거 물주는걸 깜빡해서 말려 죽였다 -_-
한때 파릇파릇 하던 따끔이
명복을 빕니다;
상추가 왜저렇게 길게 자라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상추는 제때에 잎사귀를 따주지 않으면 채소의 길을 포기하고 꽃을 피우기 위해 쑥쑥 큰다고 한다. 상추하나 키우지 못하는 놈이 피서는 무슨.. (크흑)